커피향 그윽한 이야기

융에게 있어서 신

고독한예술혼 2006. 2. 26. 11:45


융의 다양한 관심사 중의 하나가 그노시즘(Gnosticism)인데, 이것은 기원전 4세기경의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운동으로 다양한 분파가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비학과 마술에 대한 지식을 포함하고 있다. 그노시스란 단어는 그리이스어로, 지식을 말한다. 융은 인간심리에 대한 역사적이고 학문적인 배경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것이 융이 그노시즘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세계는 창조자에 의해 조정되는데 그노시즘에서 그 창조자는 완전한 신이 아니라 일종의 반신(半神) 혹은 불완전한 힘이다. 이 창조자는 7인의 통치자라고 불리우는 존재로부터 도움을 받는데 그들은 사람을 속박하여 그들을 다시 본래의 신성한 영역으로 돌아갈 수 없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그노시즘은 사람들이 신성을 회복할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융은 그노시즘의 신화가 개성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생각했다. 융은 그노시즘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이 새로운 것이 아니고 역사적으로 널리 있어 왔던 것임을 확인할 수는 있었으나, 그노시즘 자체가 이단적 기독교인들에 의해 기록된 것으로 너무 오래전에 형성된 것이고 모호한 점이 있어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그리고

융에게 있어서 신이란 ‘파멸의 불과 형언할 수 없는 은혜라는 안정된 대극의 개념’이다. 또한 인간 뿐 만 아니라 종교도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융은 자기 자신만의 특별한 믿음이 절대적인 진리를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근본주의자(Fundamentalist)들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도그마(Dogma: 종교적 권위에 의해 정설로 주장되는 교리)가 사람의 마음을 차지하게 되면 처음 가졌던 영적 통찰력을 잃게 된다고 경고했다.

융은 기독교가 현대인들의 영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통찰을 얻어야 한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신을 세 가지 측면으로 이해하는 삼위일체설 -성부, 성자, 성령- 에 불균형이 있다고 보았다. 그는 신성이 가진 여성적 측면을 인정해야 된다고 보는 것이며 이것을 4번째 측면으로 첨가해야 된다고 보았다. 1950년 카톨릭교회는 ‘성모마리아 승천’이라는 교의를 선포하였는데, 융은 이를 종교개혁 이후 가장 중요한 종교적 사건으로 간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