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에 강제편입

커피향 그윽한 이야기 2005. 11. 17. 20:33

미국은 중국이 시장경제 도입을 선언하자, ‘중국이 시장경제에 접근해 가면서 경제적 성공을 달성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된다’면서 천안문 사건 이후 소원했던 양국 관계를 회복하고 경제협력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하여 세계 시장에 합류하는 한편, 홍콩 귀속 후 중화 경제권의 팽창이 빠르게 가시화하는 것이 반가울 수만은 없다. 이른바 ‘동남아 외환위기’를 통하여 중국의 경제발전을 견제한다는 음모설이 제기된 배경이다. 아무튼 해지펀드라는 이름의 서방자본이 중국과 이웃한 동남아 경제가 안고 있는 취약점을 파고드는 공격을 감행하는 가운데, 특히 홍콩이 1997년 8월부터 다음해 여름까지 4,5차례에 걸쳐 집요한 공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 경제는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해 8월 중순부터 개시된 헤지펀드의 홍콩 집중 공격이 한국 사정을 압박하였고, 이에 놀란 일본 은행들이 한국에 풀어놓았던 자금을 대거 철수시키자 한국은 유동성 위기의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일본은 한국 정부의 200억 달러 지원 요청과 미국의 지원 중단 요청을 동시에 받고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한국 경제의 문제는 IMF를 통해서 해결하도록 하자는 것이 미국의 공개된 의도였다. 이렇게 해서 우리 경제는 타율적으로 구조조정을 당하는 입장이 되었다. 이어서 미국과 일본, 유럽의 자본들은 거의 균등하게 한국의 빚덩어리 기업들을 여유 있게 인수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사상 유례 없는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하였다.

그런데 미국은 왜 한국 경제를 IMF에 강제 편입한 다음,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일본,유럽국가들과 함께 많은 한국 기업들을 인수했을까. 첫째는 그동안 유독 차관에 의존하는 경제발전 방식을 고집해온 우수한 한국 기업들에 투자할 좋은 기회가 왔다고 판단할 수 있다. 둘째는 급속하게 가까워지는 한-중 경제협력을 견제하고자 하는 측면도 생각해볼 수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동아시아에서 한국은 전략적,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서방은 한-중 경제협력의 가능성을 자본으로 선점하여 동아시아 역내 경제권의 활력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도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 경제는 이미 중국과 미국의 각축장이 된 것을 의미한다.

- 미-중관계의 변화와 한반도의 미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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