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쿠바-코르다展

는개닮은 풍경화 2011. 2. 24. 21:25


Alberto Korda (1928~2001)

체 게바라,쿠바-코르다展을 보고 왔어요.

역시나 사진전시회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사진을 찍을 수 없기에~^^

집에 있는 도서<체게바라 평전>과 팜플렛과 티켓을 찍어 올립니다.

펼쳐진 도서 <체게바라 평전>의 좌측 페이지에 보면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는 먼지로 뒤집어쓴 게바라의 모습이 보입니다.

체게바라는 장관이 된 후에도 매주 주말마다 직접 사탕수수를 베거나 사탕수수를 채우는 일을 했다죠.

진정한 혁명 용사는 커다란 사랑의 감정으로 움직인다는 그의 말을 되새겨 봅니다.


코르다는 피델의 연설 도중 우연히 강단 뒤에 앉은 강렬한 눈빛의 체 게바라의 사진을 찍게 되는데요.

우측에 있는 이 사진이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다음으로 가장 많이 카피 된 사진입니다.

이 사진 때문에 무척 근엄하고 샤프한 이미지의 체게바라가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지만

사실 체 게바라는 무척 낙관적이고 긍정적이고 때로는 개구쟁이의 모습도 지닌 사람이었죠.

‘체게바라’라는 인물은 ‘혁명가’라는 단어와 직결되는데요,

체게바라로 유추해본 ‘혁명가’들의 아이콘은 ‘긍정’인 듯해요.

낙관적이고 긍정적이어야 혁명을 하죠.

희망을 품고 있어야 행동으로 옮기죠.


또한 그들은 독서광들이죠.

체게바라는 힘든 하루가 끝나고 모두 잠든 밤에도 혼자 불을 밝히고 책을 읽었다고 하네요.

문학과도 친해서, 체가 볼리비아 밀림 속에 있는 나무에 지상에서 마지막 순간을 예감하고 쓴 말이 있죠.

“인간은 꿈의 세계에서 내려온다.”

이 말은 프랑스의 문필가 앙트완 블롱댕의 글이네요.

하지만 책상 위에 앉아서 비판만 하고 실천을 안 하면 혁명은 불가능하죠.

실천하는 지성인들이 바로 혁명가죠.

그 실천은 민중의 아픔을 느낄 수 있을 때일어나는 것이기에 혁명가들이야말로 휴머니스트라는 생각도 들어요.

아픔과 고통을 공감할 수 있기에 무언가 변화되길 바라고 혁명을 바라는 것이죠.

저는 체의 이 말을 좋아해요.

"모든 진실 된 인간은 다른 인간의 뺨에 자신의 뺨이 닿는 것을 느껴야 한다."


보기만 해도 울컥 하고 슬픔이 터져나오는 이 작은 소녀의 사진은

코르다의 또 다른 유명한 사진이죠.

커다란 카메라를 든 코르다를 보고 겁에 질린 소녀는 나무토막을 안고 이야기해요.

"울지 마, 아가야, 울지 마."

대부분 쿠바의 가난한 부모들에겐 사랑하는 딸아이에게 인형 하나 제대로 사줄 경제적 능력이 없었죠.

골목곡목마다에는 아이를 업고 구걸하는 여인들의 모습이 숱하게 보였고,

대로에는 캐딜락을 모는 귀부인들의 모습이 보였다죠.

이렇게 빈익빈 부익부가 극심한 쿠바에 드디어 피델 카스트로가 나타나죠.

아름다운 여인들을 사랑했고, 그녀들의모습은 놓치지 않고 찍었던 코르다였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답니다.

"여인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하지만 남자들의 혁명은 더 아름다웠다."

이루 코르다는 혁명과 혁명 후 쿠바를 여행하며 농민, 노동자와 함께 생활했던 피델 곁에서 10년 동안 사진을 찍죠.


여기모자를 쓰고 하얀 셔츠를 입은 신사의 모습이 네루다 파블로입니다.

칠레 군사독재정권의 피노체트는 네루다 장례식에 통행금지 명령을 내리지만

칠레 민중들은 네루다를 애도하기 위해 거리로 나오죠.

이것이 피노체코 정권 최초의 항거였는데요.

이 장면을 엔딩으로 택한 영화 '산티애고에 비는 내리고'와

엔딩곡인 피아졸라의 'Rain Over Santiago"가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졌네요.

사실 우리에게는 온몸과 영혼으로 슬픔을 노래하는 시인도 없다는 아픈 현실이 떠올라 더 감정이 올랐네요.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지금 제 눈에는 안보일 수도 있지만,

아픔을 노래하는, 슬픔을 담아내는 작가들은 어딘가에 계속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요.

아직 표면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요.


코르다는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구절을 빌려 우리에게 말합니다.

"우리는 가슴으로만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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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는개닮은 풍경화 2011. 2. 6. 13:54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윤동주님의 <길>을 읊으며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가면,
오후에서 저녁으로 쭈욱 이어지는 돌담길 옆에 샤갈(Chagall)의 마을이 보입니다.
눈이 오면 항상 생각이 나는 그의 마을이요..


마르크 샤갈(1887~1985)은 러시아 "비테프스크"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프랑스로 망명합니다.
그의 작품 중 <비테프스크 위에서>라는 작품도 있고,
많은 배경이 러시아 정교회와 러시아 마을이기에
비테프스크는 샤갈을 알기 위한 필수 지명입니다.
팜플렛 좌측 하단에 있는 그림이 바로 <비테프스크 위에서> 입니다.

초창기 작품이라 슬라브적 환상보다는 큐비즘의 영향이 보이는그림이죠.


팜플렛에 있는 그림들이 대체로 샤갈을 대표하는 그림이라 볼 수 있는데요,
전시관 안에서는 작품을 찍을 수 없기에 팜플렛 그림 몇 개를중심으로

그의 작품을 간략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좌측 상단의 <도시 위에서>는 샤갈전 메인 포스터와 간판으로 나오는 그림입니다.
이 작품 하나만 제대로 이해해도 샤갈에 대해 2시간 정도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이 그림은 1914년에서 1918년까지 작업한 것입니다.
그 사이 중요한 사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1915년 벨라와의 결혼입니다.
그림으로 보면 그들의 사랑은 구속이나 속박이 아니라,
마치 사랑이 그들을 더 멋지고 더 자유스러운 또 다른 세계로 데려가는 것같이 느껴집니다.
둘째는, 1917년 러시아 혁명입니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있었는데 이상하지 않나요?
전혀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그의 그림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는 관심 없이 그냥 자신의 결혼 생활과 딸 이다의 탄생으로 마냥 행복하기만 합니다.
꿈속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죠.

팜플릿 <도시 위에서> 바로 밑 우측 그림이 <산책>입니다.
이 그림이 딱 러시아혁명이 있던 1917년에 그려진 그림입니다.
샤갈은 자신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실도피적 태도를 파리의 생활에서도 보여줍니다.
수딘, 모딜리아니 등 수많은 미술가들이 무명시절 거처하던 뤼슈 아틀리에는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값싼 작업실을 제공하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이곳은 예술가뿐 아니라 알콜 중독자, 현실부적응자 등 갈 곳 없는 영혼들에게도
안식처를 제공해주었던 장소입니다.
게다가 근처에 짐승 도살장도 있었습니다.
매일 들려오는 짐승의 울부짖음과 비명소리, 알콜 중독자들의 싸움소리,

술병 깨지는 소리, 창문을 열면 느껴지는 짐승의 피비린내, 불쾌한 내음들을
감수성 예민한 예술가들은 그대로 아픔으로 그려놓곤 했습니다.


그럼, 항상 꿈결같은 그림을 그리는 샤갈은 여기서도 과연 제외된 현실도피적 예술가일까요?
마냥 꿈속에서 행복한 남자 사람일까요?
제가 볼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샤갈은 벨라와의 꿈결같은 사랑을 영원히 누리기 위해,
행복을 유지하고 싶어서,
애써 현실을 외면하려고 그림을 그린 것 같습니다.

샤갈의 그림들을 보면, 말, 소 등의 짐승으로 표현된 이미지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건 그의 정신세계에 도살장의 비릿함과 공포스러움이 깊이 내재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느 유태인과 마찬가지로 나라 없는 민족으로서 지니는 선천적 불안감도
샤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유대인의 역사를 담은 구약성서의 세계로,

자신의 고향인 비테프스크의 추억 속으로,
사랑하는 여인에게로 도피했다는 것이 그것을 말해줍니다.

팜플릿 가운데 하단에 있는 그림 <아가서3>이 구약성서, 여인으로의 도피를 발견할 수 있는 그림인데요.
아가서는 솔로몬이 쓴 사랑의 노래죠.
샤갈은 첫째 부인 벨라를 전염병으로 잃고,
바바(발렌티나 브로드스키)와 결혼을 하고 그녀에게 평생 순종하며 경의를 표합니다.
샤갈은 <아가서>를 5장 그렸는데 이것은 모두 예술의 원천인 바바에게 바칩니다.

도자기에 그려있는 그림과도 같이,

현실 속에서 고뇌하며 방황하는 다른주변화가들과는 달리,
오히려 역으로 그의 그림은 색채가 화려합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색채화가라고 부르기도 하며,
피카소는 그를 두고 "마티스와 더불어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색채화가'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샤갈이 어찌 보면 저는 참 부럽습니다.

아픈 현재 속에서도 아름다운 꿈을 꾸며 그림을 그리니까요.


예술가로서의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되새겨보며

또 다시 돌담 너머에 기다리고 있을 나를 찾아 저는 집으로 향해갑니다.
김춘수님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을 읊으면서요...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三月)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靜脈)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數千數萬)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三月)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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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유 끌로델

는개닮은 풍경화 2011. 1. 19. 00:13

까미유 끌로델이예요.
가끔 그녀와 닮았다는 소리를 들어요.
파토스적 눈이 어쩌면 비슷해 보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림은.. 그리운 것을 그리는 거래요.
그래요.
저는 그녀가 그리워요.
하지만막상 그녀와 마주하게 되면 화가 나요.
불편한 내자아를 발견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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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모릅니다

는개닮은 풍경화 2010. 12. 18. 16:11

그들은 말합니다.

이 상황에 어찌음악을 듣고 있냐고요.

정신줄 놓고 사는 것 같다고요.

공기처럼 항상 저와 함께 있는 것이 음악이기에..

음악이 없으면 저도 사라지기에..

슬픔의 나락에 떨어져 허우적거릴 때, 커다란 충격이 생겨서 공황상태에 있을 때,때론 심심할 때...

저는 무의식적으로 음악을호흡한다는 걸..

그들은 모릅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그 골치 아픈 책을 왜 보냐고요.

이 상황에 글자가 눈에 들어오냐고요.

책은어쩌면 저에게 종교이기 때문에..

책이 없으면 갈 곳이 없기에..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울 때,겁 많이 먹었을 때, 가끔 할 일 없어 지루할 때..

그들이 기도를 하고 성서를 보는 것처럼 저는 책을 본다는 걸..

그들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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