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 - 넋두리

보라빛 음악 2005. 11. 1. 20:11



15년 전 오늘!

교실뒷자리에 앉아 라디오를 듣던 나는DJ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거짓말이겠지..

거짓말이었으면..

몰래카메라 같은 그런 프로겠지...

말도 안되는 그럼 바램을 갖고 라디오 채널을 돌렸다.

그러나

그 방송에서도 김현식이 죽었다는말이내 귀를 망치로 때리는 듯 아프게들려왔다.

그며칠 전 신촌부르스 콘서트에 게스트로 나온 김현식과 눈이 마주쳤었는데..

맨 앞자리에 앉아 정말자주 눈이 마주치곤 했었는데..

그 사람이..

몇 일 전에 본 그 사람이..

죽었단다.

라디오를 듣는 순간,

난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이어폰을 내려놓고 학교 운동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남들이 보면 정신나간 사람이라 할 정도로

그냥 운동장을 뛰었다.

뭔가 빠져나간 사람처럼그냥 열심히 뛰었다.

운동장을 몇 바퀴 돌았는지

내 심장은 터질 듯했고

구역질도 났다.

그러면서

마치 내 마음이 터져버린 듯 눈물이 하염없이뿜어져 나왔다.

이상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 일찍 죽어버린 것이다.

중학생 때,내게 재니스 조플린은 heroine이었는데그녀는 이미 70년에 27살 나이로 죽은 여자였다.

짐 모리슨의 모든 점을 좋아해서 판은 물론이고

2권의 시집도 지니고 있었는데, 그도 역시 젊은 날에 죽은 사람이었다.

랭보, 로뜨레아몽, 모딜리아니... 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김현식도 죽어버린 것이다.

영화 '파계'에서와 같이 내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것은 누구의 이른 죽음이라 생각되었다.

모든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살인'.

내 몸에 카인의 피가 흐르는 것 같아서 소름이 끼쳤다.

어린 마음에 이상한 tabu와 결부시키면서

마치 내가 김현식을 좋아해서 김현식이 죽은 것같아서

나는 한동안 괴로워했다.

그리고,

그 후 4년뒤

난 또 충격에 쌓였었다.

좋아하게 된 커트 코베인이 잔인한 달에 죽은 것이다.

神과 나와 죽은 자만이 존재하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았다.

홀로 세상과 맞서 싸우는 것 같았다.

神이 날 조롱하는 것 같았다.

trauma..

난, 한참이나 방황했다.

남들이 사춘기를 이제야 겪나하고 무척 한심하단 듯이 쳐다봤다.

그러나 난 불행하게도

내 주변보다는 죽은 자들과 神에 더 가까이 있었기에 그들의 수군거림에 동요되지 않았다.

정말이지 오랜 기간 지독한 방황을 했다.

.

.

.

.

어떻게 그 어둡고 긴 터널같은 시간들 속에서 빠져나왔는지

.

.

.

.

난 지금 김현식의 음악을 들으며

아픔을 회상하고 있다.

쓸쓸한 거리에 나 홀로 앉아서
바람의 떨리는 소리를 들었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설레이는 이 내 마음이여

꺼질듯 타오는 거리의 네온을
내 품에 안고서 헤매고 있었지
멀리로 떠나는 내 님의 뒷모습
깨어진 꿈이었나 힘없는 내 발길에
다가선 님의 모습

인생을 몰랐던 나의 길고 긴 세월
갈 테면 가라지 그렇게 힘이 들면
가다가 지치면 또 일어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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