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결하게 빛나는 진정한 보석 **Penaudio Rebel2**

보라빛 음악 2005. 10. 8. 15:21

▷ 프롤로그

음악을 사랑하는 나에게는, 오디오로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들었을 때 다가오는 감흥이 그 어떤 기쁨도 능가한다. 더욱이 약간의 악기를 다룰 수 있는 나는 그 악기의 음들이 생생하게 들릴 때, 오디오 자체에 경이로움을 느끼곤 한다. 아마도 그래서 내가 오디오 매니아가 된 것 같다. 물론 오디오 자체만으로도 나를 매료시키기도 한다. 여하튼 음악이 지금까지 내 삶의 동반자였듯이, 오디오도 역시 나의 절친한 친구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오디오 매니아들이 걱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여러 가지 고민을 안고 있다. 원하는 음을 듣기 위한 투자가 그리 선뜻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오디오 기기자체도 그렇고, 장소적인 면에서도 많은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협소한 장소도 문제지만, 볼륨을 크게 해서 들어야지 직성이 풀리는 나에게 아파트나 일반 주택같은 곳은 청음하기에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니다. 그렇다고 매일 '시끄럽다'는 인터폰을 통한 경비아저씨의 화난 목소리, 반상회 때마다 듣게 되는 싫은 말들을 피해 청음을 위한 다른 장소를 마련하기도 어렵다. 계란판 붙이는 것도 고려해보았으나 계란 자체의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거기다 호기심이 많은 어린 아이들까지 있는 집에 고가의 오디오 자체를 놓기는 너무 두렵다. 예전에 뭘 꺼내려고 했는지 탄노이 스피커를 껴안고 첫째 아이가 5살 때 넘어진 적이 있었다. 아이 머리에 혹이 생긴 것도 가슴아팠지만, 우퍼와 그릴이 찢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 내 눈에선 눈물이 주루룩 나도 모르게 흘러내렸다. 우퍼가 찢어진 것이 마치 내 가슴이 찢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왜 아이들은 스피커 그릴에 연필로 구멍을 뚫는지 모르겠다. 그럴 때는 정말이지 회초리를 들고 싶다. 그런 경험을 한 나는 이제 더 이상 고가의 그 어떤 오디오도 아이 클 때까지는 들여놓지 않는다고 결심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집에서 아이들 걱정은 스피커가 문제지 진공관이 아닌 이상 앰프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디오 장에 넣어버리고 잠그면 되니까. 매번 내 손발이 조금 귀찮아지는 것만 감내한다면..

이런저런 고민 끝에 지인을 통해 알게된 Penaudio Rebel2는 그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스피커였다. 그러나 Penaudio Rebel2는 결코 쉽게 자세한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오디오가 아니었다. 역사가 깊지 않은 스피커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혹시 구매하실 의향이 있거나 관심있는 분들에게 약간의 도움이나마 드리기 위해 현재 사용중인 Penaudio Rebel2에 대한 리뷰를 쓰고자 한다.

▷ Penaudio Rebel2의 첫느낌

Penaudio Rebel2 스피커는(스피커의 높이는 24cm, 넓이는 13cm, 깊이는 28.5cm이다) 나를 두 번 놀라게 했다. 놀란 첫째 이유는 작은 스피커가 200만원의 고가라는 것이었다. 물론 고급 제품에 주로 사용되는 자작나무 인클로저 구성에 무늬목 마감이라는 것이 고급스러움을 보여주고 있긴 했다. 북구의 차가운 나라 핀란드의 자작나무로 만든 것이라 나무결이 촘촘해서 단단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쩐지 고가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금속망으로 된 그릴도 개구쟁이 아이들이 있는 나에겐 희소식으로 느껴졌으나 한편으론 딱딱한 메탈느낌을 줄 것 같아 은근히 기우가 생겼다. 하지만 그런 기우는 정말 기우일 뿐이었다. 두 번째로 놀란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 스피커의 소리다. 메탈느낌은커녕 오히려 포근하고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작은 스피커에서 나온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당찬 울림과 정확한 음색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작은 볼륨에서도 원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충분한 값어치를 하는 스피커라고 그때 느끼게 되었다. 장소나 주위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작게 원음을 감상하고 싶은 나로서는 안성맞춤인 스피커였다. 그러나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중 <발퀴레>의 <폭풍> 부분을 올려놓았을 때 들리는 콘트라베이스소리는, 저음역에서의 쭈욱 밀고 나오는 힘찬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안너 빌스마의 저역이 풍부한 첼로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장웅한 곡을 원하는 사람, 무거운 음악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실망을 안겨줄지도 모르겠다.

▷ Penaudio Rabel2란..

‘True Jewel'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Penaudio제품은 다양한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미 펜틸러(Sami Penttila)에 의해 1999년에 탄생하였다고 한다. 그는 악기가 울려퍼지는 공간, 음색, 깊이, 톤에 자신을 몰입시키며, 측정불가능한 소리들을 자신의 귀와 감성에 의존해 제품을 최종 튜닝한다고 한다. 그리고 Penaudio 제품은 인클로저의 경우 수작업 적층 공법을 활용한다고 한다. 또한 스피커 단자는 최고급 단자인 WBT 플래티넘 시그너처 버전을 사용한다고 한다. Penaudio Rebel2는 가장 최근에 출시된 제품으로 2웨이 2스피커로 구성되어 있다. 재생주파수 대역은 50Hz ~ 25kHz이고, 임피던스는 8Ω이다.

▷ Penaudio Rebel2 감상기

개인적으로 피아노를 약간 친 나는 Penaudio Rebel2가 발산하는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정확한 악기의 소리가 위치감을 느끼게 해주었고, 이를테면 왼손과 오른손으로 치는 피아노의 소리가 정확히 구분되었고, 기보하기 좋게 모든 음들이 뚜렷하게 들렸다. 과연 악기를 다룬 사람이 만든 스피커라서 그런지 쇼팽의 [녹턴 Op.9#1]을 들어보면 각 음들이 그림으로 그려지도록 명확히 들렸다. 앰프와 DAC의 영향인지도 모르지만, 볼륨을 높인 상태에서도 악기 소리가 서로 엉킴 없이 뭉개지지 않고 들렸다. 그렇다면 볼륨을 줄인 상태는 어떤가. 작게 볼륨을 맞춘 다음에 모차르트의 [피가로의결혼중 아리아]를 자세히 들어보면 이 스피커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이 곡 도입부에 마리아 칼라스가 음은 내지 않고 발음소리만 ‘s'하고 나오다가 음이 나오는 곳이 있는데, 그 ’s' 소리가 마치 바로 내 옆에서 귀에다 슈~ 하고 바람을 넣는 것 같다.

이렇게 클래식과도 잘 어울리지만 이 스피커는 재즈와도 잘 어울린다. 우리나라 재즈 아티스트 웅산의 [My Funny Valentine]을 들어보면 섹시한 여성보컬이 저음에서 허스키하게 깔린다. 그런데 나도 조용히 따라 부른 그 부분은 꼭 그 목소리가 내 목에서 나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현실감이 느껴진다. Art Pepper의 [But Beautiful]에서의 색소폰 소리도 마치 재즈바에서 바로 앞에 Art Pepper가 나와 ‘투~ 투~’하고 불어대는 소리처럼 느껴지고 높은음에서의 피아노 소리도 낭랑하게 들린다. 그리고 스피커와 국적이 같다는 이유로 핀란드의 피아노 트리오인 Trio Toykeat의 [Gadd A Tee]도 한번 들어보았다. 역시 피아노 소리가 세분화되어 들렸다. 계속 언급했듯이 현장감도 그대로 살아있고, 담백하고 섬세하게 들렸다.

그렇다면 메탈강국이라는 핀란드의 명성을 등에 업고 한번 핀란드의 메탈음악을 들어보면 어떨까. 결과는 솔직히 보통이었다. 핀란드 출신의 멜로딕스피드메틀그룹 Nightwish의 [Oceanborn]은 락적으로 분출되는 강한 에너지가 희석되어 심심하게 들렸다. 아마도 강렬한 메탈이나 락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애호될 만한 스피커는 아닌 듯하다.

▷ 에필로그

이제 나는 일과를 마치면 바로 오디오 앞에 앉아 스위치를 켠다. 한밤중에도 주위 사람들의 단잠을 깨울까 조마조마하지 않고 맘껏 스위치를 켠다. 볼륨을 낮춘 상태에서도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내는 Penaudio Rebel2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듣는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가 많이 나기도 하겠고, 다른 오디오 매니아들에게는 어쩌면 보잘 것 없는 시스템일지 모르지만, 현재 나의 오디오는 내게 있어서는 최상의 시스템이다.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고 나와 같은 경험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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