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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향한 이정표 - 사이드 쿠틉
1928년 이집트에서 등장한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사회운동 단체였다. 초기에는 이슬람의 정신에 따라 사회를 개혁하고자 한 온건 단체였다. 하지만 이집트 왕정, 그리고 1952년 혁명으로 등장한 가말 압둔 나시르(Gamal Abd al-Nasser)가 주도한 사회주의 세속 정부의 탄압을 받으면서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무슬림형제단으로부터 과격 단체들이 우후죽순 파생되어 나오게 된 이념적 근거를 제시한 사람이 이슬람의 급진 이념 및 운동에 있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쿠톱이고, 그 이념서가 《진리를 향한 이정표》이다.
《진리를 향한 이정표》가 담고 있는 내용은 크게 4가지 분류 기준을 통해 파악해 볼 수 있다. 모든 이념이 그렇듯이 현상에 대한 규정, 현상이 발생한 원인에 대한 분석, 현상이 가져온 결과, 그리고 현상을 바꾸기 위한 해결책이 그 분류 기준이다.
첫째, 쿠툽은 현재 이슬람권의 상황이 이슬람 이전의 상황인 '자힐리야(Jahilliya, 신의 가르침에 대한 무지, 이슬람 출현 이전의 시기 또는 그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둘째, 현재의 비이슬람적인 상황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쿠톱은 이슬람의 신성한 가르침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셋째, 이런 현상이 가져온 결과는 비참할 뿐이라고 쿠톱은 《진리를 향한 이정표》에서 지적하고 있다. 무익하고 오도된 철학과 이론, 이념과 체계만이 존재하며 그 안에서 인간은 개인의 욕망과 이익만을 추구하는 '동물적 삶'을 살아갈 뿐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쿠틉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행동주의다. 지하드를 통해 자힐리야를 일소하고 이슬람 사회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쿠틉은 강조한다.
우리는 자본주의의 반대 개념으로 사회주의를 말한다. 사회주의를 말하게 되면서 막시즘을 이야기한다. 자본주의가 썩어 곪고 있는 사이 우리들은 막시즘에 매료되어 어쩌면 그 속에 빠져있을 수 있다. 이 책을 보면서 그들에게는 당연한 알라의 존재겠지만, 우리에게는 접수될 수 없는 종교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같이, 그들에게 막시즘은 용납도 안되고 이해도 될 수 없는 저급 사상이다. 이 즈음 우리는 밖에서 막시즘을 관찰하고 객관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적이라고 생각되는, 혹은 반대라고 여겨지는 사상과 이론이라도 우리가 취할 것은 취해야하지 않을까 한다.
《진리를 향한 이정표》를 읽으며 (네그리적 표현의) 다중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단어는 무슬림형제단일 것이다.
무슬림공동체는 단순히 이슬람이 존재하는 공간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더불어 과거 조상들이 이슬람 체제하에 살았던 곳에서 대를 이어 살고 있는 후손들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생활태도, 사상과 관념, 규칙과 규범, 그리고 가치와 기준을 이슬람의 근본에서 찾는 사람들의 모임을 일컫는 이름이 바로 무슬림공동체다.
사회운동으로 시작된 무슬림형제단은 농민과 저소득층을 주요 지지 세력으로 확보하면서 점차 정치성을 띠기 시작했다. 1945년 정관에 따르면 무슬림형제단은 쿠란을 근거로 한 평등하고 부유한, 그리고 자유로운 이슬람 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시된 네 가지 행동양식은 설교, 팜플렛, 신문, 잡지, 서적을 통해 무슬림형제단의 견해를 알리는 전도, 추종자와 대중을 위한 교육, 샤리아 원칙의 의무화, 이슬람 사원,학교,병원을 통한 봉사였다.
무슬림형제단은 빠르게 성장했다. 지나친 과격주의가 아니라 사회를 우선 개혁하는 점진적인 이슬람화를 추구하면서, 1940년대 중반에는 50만에 달하는 단원을 확보한 정치세력으로 부상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점진적이고 온건한 이슬람 사회운동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테러와 같은 과격행동에 반대하고 있어 다양한 계층의 반정부 세력으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류 지도부의 온건 노선에 반발한 일부 단원들은 별도의 과격 조직을 결성하여 활동에 나서고 있다. 사다트 대통령을 암살한 알 지하드 단체도 그중 하나다. 알 지하드 외에도 알 타크피르 와 알 히즈라, 자마아 알 이슬라미야 등 이집트는 물론 중동 전역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무슬림 형제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단체들에 이념적 기반을 제공한 장본인이 바로 현대 이슬람 과격주의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사이드 쿠틉이다.
사이드 쿠틉은 1906년, 이집트 남부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전통적인 이슬람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그는, 이집트 최고의 교사 양성 대학인 다르 알 울룸을 졸업한 뒤 이집트 교육부에서 일하며 소장 문학가로도 이름을 떨쳤다. 당시의 많은 지식인들처럼 서구적인 근대화에 동의했던 그는 1948년에 극적인 인생의 전환을 맞이하게 되는데, 정부의 후원으로 떠나게 된 2년 동안의 미국 유학을 통해서 서구적 근대화의 길을 버리고 이슬람을 통한 사회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후 그는 무슬림형제단의 사상ㆍ이론적 지도자로서, 가말 압둔 나시르가 이끈 혁명위원회의 유일한 민간인 위원으로서 활동했다. 그런 그의 정력적이고 과격한 활동은 나시르 정권과 불화를 빚어 체포되어 투옥된다. 옥중에서 첫 3년 동안 그는 가혹한 고문을 받았고, 그 이후 집필활동 중에 《진리를 향한 이정표》, 《쿠란의 그늘에서》 등을 집필해 출간한다. 10년 이상의 옥살이 끝에 1964년 석방되지만, 8개월 후 다시 체포되어 투옥된다. 죄목은 자신이 선종하지도 않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하지도 않았던 대통령 암살과 국가전복 음모의 배후로 지목된 것이다. 그의 저서 《진리를 향한 이정표》가 유일한 증거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틉은 자신의 집필 내용이 사실과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집트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길이라고 꿋꿋하게 반박한다. 결국 1966년 교수대에 오르게 된다.
《진리를 향한 이정표》를 비롯한 그의 책들은 무슬림이 사용하는 모든 언어로 번역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선봉대가 있어야 한다. 결단력을 가지고 일을 착수할 사람들이다. 더불어 선봉대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도정의 지형과 이정표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들 선봉대를 위해 나는 이 책을 집필하였다. 그들은 앞으로 실현될 새로운 진리를 수행할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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