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121

커피향 그윽한 이야기 2011. 12. 4. 23:36



1945년, 혹은 1946년 간디는 그의 제자 슈리만 나라얀 아가르와르가 간디의 헌법에 관한 발언을 수집하여 거기에 자신의 해석을 붙여서 <자유인도를 위한 간디의 헌법안>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간디와 같은 역사적 인물이 공표한 헌법안이라면 화제가 되어야할텐데 이 책의 존재 자체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더욱이 헌법제정위원회가 조직되기 직전에 출판되었음에도 위원회는 여기에 대해서 일절 언급하고 있지 않다. 나는 델리의 어느 고서점에서 이 책을 찾았다.

책을 열어보면, 그중에는 헌법제정위원회가 생각하고 있던 '독립 인도'와는 전혀 다른 나라가 묘사되어 있다. 제정위원회는 인도 전체를 하나의 공화국으로 하고 있는데, 아가르와르가 편찬한 간디의 헌법안에는 인도의 70만개 마을이 각기 독립 공화국이 되어 있다. 그 위에 전국을 연결하는 조직은 있지만, 그것은 국제기구와 같은 것으로 마을에 대해서 조언을 할 수는 있지만, 명령을 할 권한은 없다. 즉, 국가주권을 수도 델리에 두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인도인 거의 전부가 살고 있는 마을에 두고 있다. 이것은 '주권재민'이라는 정치원칙에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물론 이렇게 중앙사령부가 없는 국가구조가 된다면 군대를 조직하는 것은 불가능해지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평화헌법이기도 하다.

헌법제정위원회가 '보통'의 서양식 국가를 선택했을 때 간디는 "역시 불가능한 것이었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나는 인도를 설득할 수 없었다"고 말하며 낙담했던 것이다.

간디의 <자유인도를 위한 간디의 헌법안>에 대한 글을 보고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슬라보예 지젝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혼은 끝났다"고 선언한 것처럼
현재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와 동행하고 있지 않으며,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국가인 미국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자본주의의 붕괴와 팍스 아메리카나의 붕괴를 사회학자들은 예고했습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의 대안은 무엇일까 모두들 예상합니다.
수정자본주의, 사회주의.. 등등의 많은 대안들이 나왔지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 대안책입니다.
그래서 저는 막연하게나마 자립적인 마을공화국을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주 막연하게요.
그런데 1945년 경에 간디는 이것을 헌법안으로 만들었네요.
그러니, 제가 놀랄 수밖에요.

간디의 헌법에 대한 것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약 70만개의 마을이 있지만 그 마을을 착취하는 것은 가능하더라도 관리할 수 있는 중앙정부는 존재하지 않았고,
존재하더라도 세세한 관리방법은 불가능하며, 각 지역은 자치에 의해 다스려졌다.
치안, 안전보장, 의식주 등 인도의 마을들은 각각 놀랄만큼 자립하고 있었다. "

마을공동체는 작은 공화국이다. 필요한 것 거의 전부가 마을 속에 있고, 바깥과의 관계로부터 거의 독립해 있다.
마을 이외의 것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때에도 마을은 남는다. 왕조로부터 왕조가 이어지고, 혁명으로부터 혁명이 되풀이되지만 (...) 마을공동체는 그대로 남는다. (인도의 영국 총독 메트카프, 아가르와르)

독립은 밑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각 마을이 모든 권한을 가진 공화국, 즉 판차야트가 되는 것이다. (간디, 전집91권)

간디의 제안은 이 70만개의 판차야트를 연합체로 묶는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마을의 판차야트 대표는 타르카판타야트(대개 20개 마을)를 조직하고, 그 대표가 또 지역판차야트를 조직하며, 그 위에 또 주(州) 차원의 판차야트가 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全) 인도의 판차야트가 조직됩니다.
그렇다고 주권이 결국 중앙정부에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상위조직은 유엔과 같은 것으로, 상당한 권위는 있지만 가맹국의 주권에 간섭할 권리는 없는 국제기구와 같은 조직입니다. 이 주권은 정치적인 게 아니라, 대단히 역동적인 힘으로, 사회 속의 불평등, 부정, 착취, 탄압에 대해서 끊임없이 싸우는 힘이 됩니다.

정말 멋진 계획입니다. 간디는 정말 성자이며 천재입니다.


* 책속에서
1. 인도를 영국이 뺏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도를 바친 것이다. (간디, 힌두 스와라지(=자립))
즉, 인도인이 적극적으로 협력했을 때 비로소 영국의 지배는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
영국의 식민지권력이 기본적으로 인도인들에 의해 발생한 것인 이상, 그 권력을 무력화하는 힘도 인도인들의 손에 당연히 있었다.

2. 간디와 레닌을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양자 모두 당을 중심으로 혁명운동을 주도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