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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어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과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느는가
"기억, 시간, 그리고 나이"라는 부제가 붙어서 보게 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
작가를 보니4년 전에 흥미롭게본<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느는가>의 다우어 드라이스마이다.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 다우어 드라이스마 지음 / 김승욱 옮김 / 에코리브르
나이 들수록 시간이 더 빠르게 가는 것 같이 느끼는 이유에 대해 호기심들은 많으나 학자들은 정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우어는 그런 인간들의 심리를 관련지을 수 있는 메커니즘이 3가지 있다고 밝힌다.
그 하나는 우선 ‘망원경 효과’다. 대중적이고 큰 사건들을 제시하며 언제 그 사건이 일어났는지 가능한 정확하게 말해보라는 질문에, 중년의 참가자들은 사건들을 실제보다 최근에 일어난 것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노인들에게 사건들에 대해 말해보라고 했을 때는 망원경 효과가 거꾸로 생겼다. 그들은 사건들이 더 오래전의 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으로 우리는 나이 먹으면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끼는 것에 대해 알 수 있다.
둘째는, ‘회상 효과’다. 어떤 시기를 회상할 때 많은 기억들이 존재한다면 그 정보량에 의해서 우리는 그 시기가 길게 느껴진다. 예컨대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새롭고 생생하다. 그러니 존재하는 기억들도 많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매일 똑같은 단조로운 기억들만 있어서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이다. 초행길이 더 멀고 길게 느껴지는 이유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셋째는, ‘체내에 있는 생리적 작동의 리듬’에 의한 것이다. 체내의 생리적 작용은 ‘시계’ 역할을 한다. 예컨대 세포의 상처 치유 속도는 환자의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스무 살 젊은이는 마흔 살 중년보다 상처 치유 속도가 2배 정도 빠르다. 또한 세포분열, 호흡, 혈압, 신진대사 등은 나이를 먹을수록 속도가 느려지게 되며 행동도 굼뜨게 된다. 그래서 미국의 신경학자 맹건(P. A. Mangan)은 20대를 전후한 청년들, 45세 정도의 중년들, 65세를 전후한 노인들로 집단을 나누어 ‘3분’의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 추정해보라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청년들은 길이를 매우 정확하게 알아맞혔고, 중년 집단은 3분 16초로 추정했으며 노인들은 3분 40초로 추정했다.
그러니 노년에게 시간은 너무 빠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빠른 시간을 어떻게 하면잡을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의 시간에게 새로운 기억들을 자꾸 주면 되는 것이다.
세상을 매일 새롭게 바라보며 신나는 계획들을 세우며,
많은 정보들을 수집하며 새로운 것들로 시간을 채운다면
우리의 시간은 우리를 저 뒤로 남기고 달아나지 않을 것이다고 저자는 말한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 / 다우어 드라이스마 지음 / 권세훈 옮김 / 에코리브르
100살 이상의 노인 276명을 실험에 동원하여 인생에서 가장 자극적이었던 사건을 물었다.
여기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40살까지 시공간에서 그린 추억의 70퍼센트가 생겨났으며,
그 뒤를 이어 60대까지의 추억이 나머지 30퍼센트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렇듯 과거를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오래된 일일수록 기억할 확률이 낮아야하는데,
이런 기억들이 나이가 들어서는 다시 가시화되는 것은 수수께끼이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망각의 역현상 효과'라 일컫는다.
그렇다면 기억은 과연 믿을만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다우어는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기억하면서 새로운 흔적을 남긴다고 말한다.
똑같은 것을 기억하는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최근의 흔적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가장 오래된 기억도 뇌 조직 속에서 시간과 함께 여행하면서 수시로 새로운 복사가 이루어지고,
가장 오래된 기억이 단기간에 가장 새로운 것이 되며, 최초의 것이 마지막의 것이 되기도 한다.
즉, 기억과 추억들은 재구성된다.
우리의 기억력은 자주 깨닫지는 못하지만 지속적으로 바뀌는 과거를 구성해낸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억은 삭제, 첨가, 수정을 하며 변화한다.
가끔 여고 동창생들을 만나면 나는 기억하는데 친구는 기억을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한다.
물론 역으로 친구는 기억하는데 나는 전혀 기억이 없는 것도 있다.
소중한 추억과 기억들이 변하고 사라진다고 하니 아쉽고 속상하다.
우리는 추억이 변화하고 사라지는 것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
우리는 생각이나 견해를 거의 메모하지 않는다.
기억이 왜곡됨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적지 않는다.
글쓰기의 중요성, 일기를 쓴다는 것의 소중함을 우리는 이제 알아야하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들은 독서를 했으면... 꼭 몇 줄이라도 느낀 점을 써주세요~.^^)
이제 다우어는기억과 시간, 나이 먹음에서 "향수"로 이야기를 종결시킨다.
1678년 스위스의 의사 요하네스 호퍼는 베른 출신 한 젊은이의 사례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이 젊은이는 대학 공부를 위해 바젤로 왔으나 눈에 띄게 수척해졌으며 결국에는 목숨이 위태로울 만큼 몸이 쇠약해졌다.
약사는 이런저런 처방을 해도 소용이 없자 베른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했다.
귀향 계획만으로도 벌써 병이 호전되었다. 목적지에 절반쯤 도착했을 때 그 학생은 완전히 나아 있었다.
호퍼는 이 질병의 이름을 스위스 방언인 '향수 Heimweh'로 정하고 그리스어로 번역했다.
이에 따라 집으로 돌아감을 의미하는 노스토스 nostos와
통증을 의미하는 알고스 algos 를 합친 형태의 그리스어 노스탈기아 Nostalgia가 생겨났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은 누군가를 이민자로 만든 시간이다.
설령 누군가가 원래 있던 곳에 머물며 친숙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성장했다 할지라도
망각의 역현상은 그에게 더 이상 유년 시절을 보낸 곳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출발한 적도 없는데 어느새 낯선 땅에 도착해 있는 셈이다.
기억 저편에서 이사 온 우리들은빈곤, 주택난, 실업에서 용케 빠져나왔음에도
과거라는 고향에 남겨주고 온 것에 대한 향수로 자신을 갉아먹는다.
여기에서 향수는 초기에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마음에 사무치다가 자식이 태어난 후에야 잦아드는 어떤 것이나, 해가 지날수록 점점 심해지는 통증과 같은 것으로 나타난다.
다우어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막스 프리슈의 <자살 연맹>에 이런 말이 있다."한 개인의 특성으로 여겨지던 것이 사실은 나이의 특성이었다."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의 핵심이다. 누군가가 잘 믿지 못하고 탐욕스럽다면 성격 때문이 아니라 나이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며, 기억의 신뢰성, 나이, 늙음, 향수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나의 정신적 나이, 뇌의 나이를 고민해보아야 할 시점인 것 같다.
나의 삶은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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