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dge at Trinquetaille

는개닮은 풍경화 2007. 8. 17. 09:42



오늘 저녁 내내 넋이 나가서 보고 있는
고흐의 Bridge at Trinquetaille입니다.

그림을 보면..
소녀는 무슨 슬픔이 있는지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우리 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 소녀를 지나쳐서 가는 사람도..
그 소녀가 지나쳐 오다 만났던 사람들도..
전부 소녀의 눈물에는 무관심합니다.
오직 강물과 하늘만 소녀의 슬픔을 아는지
잔뜩 눈물로 물들어져 있습니다.

그림의 구도를 보세요.
구도도 마치 사람들의 무관심 같습니다.
소녀는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고
옆으로 비켜나 있습니다.
대신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가운데 있습니다.
한 사람은 강물을 바라보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강물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무언가 열심히 말하는 듯 합니다.
여기서는 무언가 소통되지 않는 답답함이 보입니다.

그리고 제목을 보세요.
제목도 '우는 소녀'가 아니고...다리 이름이네요.
소녀가 주인공이 아니네요.
하지만요..
저 소녀가 어디로 가는지 잘 보세요.
소녀가 가게 되는 길이 어디로 뻗어있는지 잘 보세요.
바로 우리를 향해 소녀는 오고 있습니다.
길도 너무 깔끔하게 우리를 향해 쫙 뻗어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다가오는 저 소녀는..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요.
고흐는 나에게 무엇을 바라며 저 그림을 그린 것일까요.
너무 힘겨우니 동정이라도 해달라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닐 듯 합니다.

인간이란.. 너무 외롭고 슬픈 존재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개인 하나하나의 아픔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나..
어찌해야 할까요.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 밖에는 없는 것이니..
스스로 일어나 걸어가야겠습니다.
저 소녀가 울면서도 앞으로 걸어나오려는 것처럼..
우리도 저 슬픔 가득한 어두운 그림에서
걸어 나와야겠습니다.

혹시 또 아나요?
걸어나오면
저같은 휴머니스트가 안아줄 지..

'는개닮은 풍경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날이 오면  (4) 2008.06.06
너를 지우다  (3) 2008.05.24
박하사탕  (2) 2007.06.05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0) 2007.06.05
파도 발자국  (0) 2007.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