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a and Louis

보라빛 음악 2006. 12. 29. 19:47



Ella and Louis(1956년 8월 녹음 앨범. Verve Record)

이번에 소개해드릴 앨범을 들으면서 두어 가지 터득해낸 것이 있어서 몇 자 추가로 적어봅니다.
날이 너무 추워서리.. 가만히 꼼짝 않고 앉아서 음악 들으며 이 생각 저 생각 사색만을 하게 되니 몇 가지 터득하게 된 것 같습니다.^^
몸의 휴식은 정신적 재장비나, 재충전을 보장하나 봅니다.^^
ㅎㅎ. 이상은 일 안하고 농땡친다고 말씀하실 것 같아서 선수 친 발언입니다.^^

이 앨범에서 터득해낸 것 첫째입니다.
사무실에서 어느 분이 Louis Armstrong(1901-1971)의 목소리는 금속성의 소리가 난다고 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저는 그 말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루이는 관악기 소리를 인간의 목소리로 흉내내려고 노력한 사람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루이가 만들어낸 스캣(scat singing:자유로운 읊조림)이고 루이의 목소리입니다.
그 분은 그런 사실도 모르면서 루이의 의도(관악기 소리를 목소리로 흉내낸 것)를 어떻게 잡아낸 것일까요.
어떻게 알아낸 것일까요?
모든 예술의 진심어린 마음은, 감동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살아서 전달되는 것인가 봅니다.
진심으로 들으면 상대의 모든 의도를 읽을 수도 있나 봅니다.
진실된 예술은 어떤 유창한 말보다도 더 설득력이 있나 봅니다.
니체의 말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그동안 조금 억지란 생각이 들었던 말인데 이제서야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입니다.
"예술은 진리보다도 더 한층 가치가 있다"

이 앨범에서 터득해 낸 두번째 입니다.
루이는 뉴올리언즈의 빈민굴에서 자라났고,
열세살 때 사소한 총장난으로 경찰에 붙잡혀 소년원에 수감되기도 했으나,
소년원 밴드에 들어가 나팔을 배운 후부터 음악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렇게 어두운 어린날의 루이지만, 그때나 나중이나 루이의 트럼펫 연주는 부드럽고 따스합니다.
급기야는 공연할 때 재미있는 만담으로 대중을 즐겁게 해주기도 했으며 항상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대중과 즐겁게 대화하며 나누는 그의 웃음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Ella Fitzgerald(1917-1996) 역시 고아나 다름없는 가난과 우울함 가운데 자라났습니다.
하지만 Billie Holiday처럼 우울하거나 심각하지 않고 엘라의 목소리는 아름답고 밝고 맑습니다.
엘라의 밝음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비록 말의 비명소리와 피비린내로 흥건한 말도살장 옆에 허름한 하숙집이지만,
항상 꿈결같은 그림을 그리는 샤갈의 예술혼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그들은 현실도피를 하며 먼 꿈만 바라보며 사는 몽상가였을까요?
아니면, 현실을 인정하고 그것을 디딤돌로 굳건히 일어서서 넉넉한 웃음과 예술로 승화시킨..
진흙 속에 뿌리를 내렸지만 청롱한 꽃을 피우는 연꽃과도 같은 존재들이었을까요?
이유야 어떻든 역경을 이겨낸 그들의 정신이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그리 추앙받는 위인이 되기까지 그들은 얼마나 많이 고통스러운 삶의 지옥불 속을 들락거렸을까요.

사설이 너무 길었네요.^^ 여하튼,
트럼펫 연주의 교과서적인 역할을 하며, 스캣을 구사하고,
걸죽한 목소리로 재즈 역사에서 가장 큰 획을 그은 루이와
뛰어난 스캣, 임프로비제이션 등의 기교로 3대 여성 보컬리스트로 칭송받는 엘라
이 두 사람의 만남으로 이루어낸 이 앨범은 전체적 분위기가 따스하고 부드럽게 우리를 감쌉니다.

이 앨범을 걸어놓으면.........
Oscar Peterson의 경쾌한 피아노 소리와 함께 앨라의 흥겨운 목소리로 Can't We Be Friends?가 흘러나오고,
불협화음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소프트한 Isn't This A Lovely Day?,
솜사탕처럼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의 세번째 곡 Moonlight In Vermont,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귀에 익숙한 곡 They Can't Take That Away From Me가 나옵니다.
그리고 루이의 금속성 목소리가 돋보이는Under A Blanket Of Blue,
트럼펫 소리가 부드럽고 따스하게 마음 깊이 각인되는 Tenderly,
영국신사처럼 정장을 입은 루이와 꽃모자에 화사한 드레스를 입은 엘라의 모습이 눈에 아련한,

거쉬인의 곡인 A Foggy Day,
벽난로 앞에 앉아 유난히 밝은 겨울밤 하늘의 별들을 쳐다보며 들으면 제격인 듯한 Stars Fell On Alabama,
옆에 아무나라도 있음 같이 붙들고 춤이라도 추고 싶은 그 유명한 Cheek To Cheek,
'어쩜 이리 목소리가 주옥같을까..' 엘라의 목소리가 수정구슬 굴러가는 소리 같다고 느껴지는 The Nearness Of You,
영화 '파리가 당신을 부를 때'에 수록되어 더 사랑을 받은, 아련한 그리움이 넘실거리는 파리의 4월을 노래한 April In Paris로
이 앨범은 끝을 맺습니다.

다음은 이 앨범의 연주자들과 리스트입니다.
기타 Herb Ellis, 피아노 Oscar Peterson, 드럼 Buddy rich, 베이스 Ray Brown.

1. Can't We Be Friends?
2. Isn't This A Lovely Day?
3. Moonlight In Vermont
4. They Can't Take That Away From Me
5. Under A Blanket Of Blue
6. Tenderly
7. A Foggy Day
8. Stars Fell On Alabama
9. Cheek To Cheek
10. The Nearness Of You
11. April In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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