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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마당 깊은 집, 전갈, 싸가지 없는 진보, 시몬느 베이유의 철학 교실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슈테판 클라인
과학자였던 과학저널리스트 슈테판 클라인이 이 시대 최고의 과학자 13명과 나눈 대화를 묶은 것입니다.
유럽 최후의 궁정 천문학자인 마틸 리스가 말합니다. 우리는 오래 전에 꺼진 천체가 남긴 찌꺼기라고요. 모든 원소가 별의 내부에서 수소와 헬륨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 결과로 발생했기에 인간은 별이 남긴 원자쓰레기라고요. 상당히 자극적인 말입니다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우주라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이렇게 사람을 비하하는 말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레오나르도가 보기에 앎의 욕구는 자연에 대한 사랑, 따라서 삶에 대한 사랑의 한 형태라고 합니다. “사랑은 앎에서 싹트며 앎이 확실해질수록 더 깊어진다.”
바비 빈튼의 To Know You Is To Love You가 생각납니다.^^
이 책을 보며 에른스트 페르라는 인물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나온 책이 없네요. 에른스트 페르의 글 몇 개를 옮겨봅니다.
슈테판 클라인 : 대세 이데올로기는 오직 이익 추구만 옹호하면 경제가 가장 잘 돌아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참담한 실패를 초래합니다.
에른스트 페르 : 그 실패의 대가를 누가 치르느냐가 중요합니다. 안타깝게도 그런 재앙과 관련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그 대가를 치릅니다.
- 우리가 자기 몫을 타인에게 나눠주면 우리의 뇌에 있는 ‘보상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달라이 라마는 타인을 돌보는 것은 특히 지혜로운 형태의 이기주의일 따름이라고 가르칩니다.
- 집단 안에 이기주의자가 있으면 집단 내부의 협동은 대개 순식간에 붕괴합니다.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그 무임승차자들을 처벌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협동이 안정화되지요.
-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강한 정의 선호를 가진 사람들도 정의 선호가 없는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점이에요. 그런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저임금 경쟁에 뛰어들면 완벽한 이기주의자처럼 행동하지요.
- 대다수의 사람들은 못난이로 낙인 찍혀 업신여김을 받는 상황을 가장 싫어하지요. 우리에게는 이런 상황을 피하는 것이 급여를 조금 더 받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 지금 우리는 경제 위기에만 빠져 있는 것이 아니예요. 오히려 도덕적 위기가 훨씬 더 심각합니다.
<마당 깊은 집>, 김원일
6.25 이후의 현실을 소년의 시점으로 서정성 풍부하게 묘사했습니다.
6.25 전후의 사람들은 정말 궁핍했다는 것,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소시민들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꿈을 꾼다는 것. 아니, 꿈을 꾸려고 한다는 것. 그것이 어쩌면 삶의 원동력이기에 스스로를 속이거나 최면하면서도 꿈을 꾸려고 한다는 것. 이런 사회적 구조에 화가 나고 슬픕니다.
그렇게 학교와 대구일보사로 맥빠진 채 나다니던 4월 하순 어느 날, 나는 마당깊은 집의 그 깊은 안마당을 화물 트럭에 싣고 온 새 흙으로 채우는 공사 현장을 목격했다. 내 대구 생활 첫 일년이 저렇게 묻히고 마는구나 하고 나는 슬픔 가득 찬 마음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굶주림과 설움이 그렇게 묻혀 내 눈에 자취를 남기지 않게 된 게 달가웠으나, 곧 이층 양옥집이 초라한 내 생활의 발자취를 딛듯 그 땅에 우뚝 서게 될 것이다. <마당 깊은 집> 마지막 문장
<전갈> 김원일
식민지 시대를 산 할아버지 강치무, 한국전쟁 이후부터의 아버지 강천동, 70년대 이후 최근까지의 주인공 강재필. 이 3대의 개인적 삶을 중심으로 한국 근대사가 요약됩니다.
책 제목 <전갈>을 ‘전하는 말이나 안부’라는 뜻의 단어로 처음에는 생각했습니다. 조부 강치무의 삶을 복원해가는 강재필을 보며 생각은 더 굳어졌습니다. 그러나 중간 부분 주인공의 여자 친구가 전갈 목걸이를 선물하는 부분부터 제목이 동물 ‘전갈’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이유를 고민하게 됩니다. 후반부로 가도 제목이 왜 대체 ‘전갈’인지 도저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여자 친구인 안나가 수족관에 전갈 두 마리를 키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제야 책의 결말이 조금 예상될 뿐입니다. 책을 다 읽고 덮은 후에나 간신히 알 수 있는 제목 <전갈>. 재미있네요.
“오이노피온 왕이 오리온을 장님으로 만들자, 복수하러 나선 오리온 같네.” 안나가 커피를 홀짝거렸다.
“장님이 된 처지에 왕을 복수한다고? 내가 그렇게 보여?”
“전갈자리 신화예요. 신탁을 받은 오리온이 시력을 회복해선 복수하러 나섰다가 여신 아르테미스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꾸었죠. 아르테미스의 오빠가 아폴론인데, 누이가 미남 오리온을 사랑하게 될까봐 전갈을 보내 누이를 지키게 했는데, 오리온이 전갈 독침에 죽었죠.”
...
“그래? 나는 오리온이 아니고 전갈이다.”
<싸가지 없는 진보> 강준만
‘싸가지’는 예의 없고 버릇없는 사람을 말하는데 예전에는 가능성이 없다는 말이었답니다. ‘싸가지 없는 진보’라고 한 것은, 현재 진보는 분열과 반목만 일삼고, 국민들 눈에 함량 미달이기 때문이랍니다.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들이 많은 책입니다. 읽는 내내 공감과 반감이 계속 교차했습니다.
저자는 일베가 나꼼수의 사생아라고 말합니다. 또한 지금의 편 가르기는 계급 중심이 아니라 철저하게 사람 중심이기 때문이랍니다. 진보는 자신만이 옳고 보수는 몹쓸 집단이라는 식의 태도를 보일 때가 많기에 선과 악으로 구분하고 국민들에게 양자택일을 종용하고 있답니다.
강준만 교수가 진보를 크게 본 것 같습니다. 국민들에게 양자택일을 종용한 것은 진보가 아니라고 저는 봅니다만.
소설가 이문열은 “일반 국민은 보수와 진보가 50대 50인데 문화 쪽은 진보가 거의 98%까지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런 주장은 과장일망정, 문화계의 보수-진보 비율이 한국 전체의 보수-진보 비율과 큰 차이를 보인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책속에서)
<철학교실> 시몬느 베이유
우리 출판사에서시몬느 베이유 책을 내기 위해 몇 달 전에 탐독했으나 다시 정리하는 차원에서 또 읽었습니다.
시몬느 베이유의 강의를 들은 17세 제자가 적은 노트입니다. 베이유의 수업은 대입 자격시험 준비가 아니라 학생들의 인격 발전이 목적이었습니다. 베이유가 강의한 내용은 반세기의 역사가 지났음에도 무한 경쟁의 굴레 속에 갇힌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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